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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주는 정석

[오늘의 책] 나의 요리사 마은숙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 은 무엇일까요?

그 누구도 지나가는 세월은 막을 수가 없지요. 그리고 그 세월 속에서 누구나 나름의 아픔과 기쁨을 겪게 될 것입니다.

 

그렇기에 모든 인생은 내가 주인공인 한 편의 드라마이자 영화라고 하지요.

 

여기, 오늘 소개할 책은 '인생' 이란 무엇인지, '나이가 든다는 것' 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의미 있는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김설원 작가의 '나의 요리사 마은숙' 에서는 노년에 접어든 주인공 심명자와 자서전 작가 마은숙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루고 있습니다.

 

세월이 흘러 어느덧 70대 노인이 된 주인공 '심명자' 에게 뜻 밖의 손님이 찾아옵니다. '엄마의 한을 풀으라'며 아들이 보낸 자서전 집필 작가 '마은숙' 이지요.

 

심명자는 처음부터 이 집 주인인 양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마은숙에게, 자신의 의견 따위 중시하지 않고 자서전을 만들어 주겠다는 아들의 횡포에 화를 냅니다. '볼 것 없는 인생, 무엇 때문에 자서전을 쓰냐' 며 인터뷰에 응하지 않겠다 마음먹지요.

 

그러나 진심으로 자신의 이야기와 삶에 귀 기울이는 마은숙의 모습을 보며 그녀는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됩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삶의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고 나면 두 세시간이 훌쩍 지나기는 예사가 되었지요.

 

어린 나이, 얼굴도 모르는 남편에게 시집을 간 그녀에게 삶은 너무도 고단하고 힘겨운 것이었습니다.

의지가 되어주어야 할 남편은 자신에게 정을 주기는커녕 소실들을 데려와 앉혔, 일꾼들이 북적대는 집안에서 그녀는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밥을 하고 바느질을 해야만 했습니다.

막상 자신은 밥을 먹을 시간이 없어 식은 국에 급하게 밥을 말아먹기가 일쑤였지요.

'아들' 이 최고였던 그 시절, 첫 딸을 낳았을 때 그녀의 하루 하루는 더더욱 견디기 힘든 것이었다고, 소설 속 심명자는 담담하면서도 솔직하게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독자로 하여금 그 속에서 '별 볼 일 없는 인생' 이라고 한 그녀의 인생, 평생을 부엌에 못 박혀 있어야 했던 그녀의 인생은 사실 무엇보다도 '소중하고 가치 있는 인생' 이었음을 알게 해 주지요. 더불어 인터뷰에서 나타나는 심명자의 삶에 대한 태도는 팍팍한 일상에 지친 우리에게 작은 위안과 위로, 때로는 반성의 계기가 되어주기도 합니다.

 

자신의 삶에 진심으로 귀 기울여주고 그 삶을 가치 있는 것이라 생각해 주는 마은숙을 보며 그녀는 마은숙이 찾아오는 목요일을 얼핏 얼핏 기다리게 됩니다. 아마도 누군가가 자신을 보러 와 주고, 이야기에 귀 기울어준다는 사실이 그녀에게 위로가 되었던 것이겠지요.

 

잠시 발길이 끊겼던 마은숙이 아버지의 죽음 이후 다시 심명자를 찾아오면서 마은숙이 지녔던 인생의 아픔 또한 나누게 됩니다.  그 과정 속에서 심명숙과 마은숙은 나이를 초월한 끈끈한 유대감을 함께 하지요. 이 일화에서 나타나는 '삶'과 '죽음' 에 대한 담담한 문체 또한 읽는이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고, 드러나지 않더라도 최선을 다 한 삶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으며 가치를 가지는 것임을 이 책은 이야기하고 있는 듯 합니다.

 

우리 모두가 아름답고 행복한 인생이라는 영화를 찍을 수 있길 바라며.

 

'나의 요리사 마은숙' 과 함께 마음의 위안과 인생에 대한 돌이켜 봄을 함께 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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