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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책 이야기

소설가 50인이 뽑은 올해의 소설

 

지난 포스팅에서 교보문고 직원들이 뽑은 올해의 작품을 소개해 드린 바 있습니다.

 

이번에는 직접 글을 쓰는 소설가 50인이 뽑은 올해의 소설에는 어떤 작품들이 있는지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작가가 추천하는 작품인 만큼 그 의미가 더 클 것 같은데요, 올해의 마무리를 좋은 소설 한 권과 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좋은 작품으로 즐거움과 위안, 따뜻함을 느끼는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정석에서 '소설가 50인이 뽑은 올해의 소설'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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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연년세세 : 황정은 지음

 

2019년 ‘소설가 50인이 뽑은 올해의 소설’에 선정되고 연작 『디디의 우산』으로 만해문학상 5ㆍ18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독보적인 개성으로 작가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한 황정은의 연작소설 『연년세세年年歲歲』.

 

이순일과 둘째 딸 한세진이 이순일의 외조부 묘를 없애기로 하고 마지막 제사를 드리기 위해 강원도 철원군으로 떠나는 이야기인 「파묘破墓」,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취직해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온 이순일의 장녀 한영진의 이야기「하고 싶은 말」, 이순일은 열다섯살에 김포에서 만난 ‘동무, 이웃, 동갑이자 동명同名인 순자’가 떠올라 들려주는 이야기「무명無名」, 「다가오는 것들」까지 이 책에 실린 소설 네편은 ‘1946년생 순자씨’ 이순일과 그의 두 딸 한영진 한세진의 이야기가 큰 줄기를 이루며 이어진다.

 

어머니와 자매의 지난 삶과 현재의 일상을 통해 지금, 여기의 한국사회를 돌아보게한다.

 

소장정보 : 인문과학정보실 811.36 황74여

 

 

2. 일곱 해의 마지막 : 김연수 지음

 

개인이 밟아나간 작품 활동의 궤적을 곧 한국소설의 중요한 흐름 가운데 하나로 만들어내며 한국문학의 판도를 뒤바꾼 작가 김연수의 신작 장편소설『일곱 해의 마지막』.

 

이번 작품은 청춘, 사랑, 역사, 개인이라는 그간의 김연수 소설의 핵심 키워드를 모두 아우르는 작품으로, 한국전쟁 이후 급격히 변한 세상 앞에 선 시인 ‘기행’의 삶을 그려낸다.

 

1930~40년대에 시인으로 이름을 알리다가 전쟁 후 북에서 당의 이념에 맞는 시를 쓰라는 요구를 받으며 러시아문학을 우리말로 옮기는 일을 하는 모습에서 기행이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시인 ‘백석’을 모델로 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1958년 여름, 번역실에 출근한 기행은 한 통의 편지봉투를 받게 된다. 누군가가 먼저 본 듯 뜯겨 있는 그 봉투 안에는 다른 내용 없이 러시아어로 쓰인 시 두 편만이 담겨 있다.

 

시를 보낸 사람은 러시아 시인 ‘벨라’.

 

작년 여름 그녀가 조선작가동맹의 초청을 받아 북한에 방문했을 때 기행은 그녀의 시를 번역한 인연으로 통역을 맡았었다.

 

그리고 그녀가 러시아로 돌아가기 전 기행은 그녀에게 자신이 쓴 시들이 적힌 노트 한 권을 건넸었다.

 

그런 만남이 있은 후 기행은 북한에서는 발표할 수 없는 시를 적어 러시아에 있는 벨라에게 보냈던 것인데, 그동안 어떤 회신도 없다가 일 년이 지나 답신이 온 것이었다.

 

봉투에 러시아 시 두 편만이 담긴 채로.

 

그 봉투를 먼저 뜯어본 건 누구였을까?

 

벨라라면 편지도 같이 보냈을 텐데 그건 누가 가져간 걸까? 벨라는 자신이 보낸 노트를 어떻게 했을까?

 

당의 문예 정책 아래에서 숨죽인 채 무기력하게 살아가던 기행의 삶은 벨라에게서 온 그 회신으로 인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한다.

 

소장정보 : 인문과학정보실 811.36 김64곱

 

 

3. 시선으로부터, : 정세랑 지음

 

이 소설은 시대의 폭력과 억압 앞에서 순종하지 않았던 심시선과 그에게서 모계로 이어지는 여성 중심의 삼대 이야기이다.

 

한국전쟁의 비극을 겪고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난 심시선과, 20세기의 막바지를 살아낸 시선의 딸 명혜, 명은, 그리고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손녀 화수와 우윤.

 

심시선에게서 뻗어나온 여성들의 삶은 우리에게 가능한 새로운 시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협력업체 사장이 자행한 테러에 움츠러들었던 화수는 세상의 일그러지고 오염된 면을 설명할 언어를 찾고자 한다.

 

해림은 친구에게 가해진 인종차별 발언에 대신 화를 내다가 괴롭힘을 당했지만 후회하거나 굴하지 않는다.

 

경아는 무난한 자질을 가지고도 오래 견디는 여성이 있다는 걸 보여주면서 뒤따라오는 여성들에게 힘을 주고자 한다.

 

소장정보 : 인문과학정보실 811.36 정56시

 

 

4. 붕대 감기 : 윤이형 소설

 

제5회, 제6회 젊은작가상, 제5회 문지문학상, 2019년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윤이형의 소설 『붕대 감기』.

 

소수자의 감각과 서사에 끈기 있게 천착해온 저자의 자각과 다짐의 연장선상에 있는 소설로서, 우정이라는 관계 안에서 휘몰아치는 복잡하고 내밀한 감정들을 첨예한 문제의식과 섬세한 문체로 묘파하며 저자가 현재 몰두하는 여성 서사라는 화두를 가장 적실하게 그려 보인 작품 가운데 하나다.

소설에서는 계층, 학력, 나이, 직업 등이 모두 다른 다양한 여성들의 개별적인 서사가 연쇄적으로 이어진다.

 

불법촬영 동영상 피해자였던 친구를 보고도 도움을 주지 못했던 미용사 지현, 영화 홍보기획사에 다니는 워킹맘이자 의식불명에 빠진 아들 서균을 둔 은정, 그런 서균과 한반인 딸 율아의 엄마 진경, 진경의 절친한 친구이자 출판기획자인 세연 등 바톤터치를 하듯 연결되는 이들 각자의 사연은 개인의 상처에서 나아가 사각지대에 자리한 우리 사회의 환부에까지 가 닿는다.

 

소장정보 : 인문과학정보실 811.36 윤68부

 

 

5. 여름의 빌라 : 백수린 소설

 

『여름의 빌라』는 오직 백수린만이 가능한 깊고 천천한 시선으로 비로소-기어코 나의 작은 세계를 벗어나는 이들의 눈부신 궤적을 담은 작품집이다.

“머뭇거리면서, 주저하며 나아가는 날들 중 언젠가 내 글에도 아름다움이 깃들기를” 바라던 《폴링 인 폴》의 시절, “사라진 이들을 기억하고, 그들의 흔적을 애틋한 마음으로 주워모으는 사람이 되”기를 바랐던 《참담한 빛》의 세계를 고스란히 품은 채 이번 작품에 당도한 작가는 이제 “성급한 판단을 유보한 채 마음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직시하고 찬찬히 기록”(‘작가의 말’)하기를 소망한다.

 

2016년 여름부터 2020년 봄까지를 갈무리한 총 여덟 편의 이야기 속엔 작가의 눈앞과 마음 안에서 펼쳐진 풍경을 직시한 파노라마가, 인생의 여름 안에서 마주하는 ‘불가해’라는 축복이, 한 겹의 베일을 걷어내면 더할 나위 없이 우아한 생의 이면이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소장정보 : 인문과학정보실 811.36 백56여

 

 

6. 화이트 호스 : 강화길 지음

 

작가는 긴장감 넘치는 서사 속에 여성에게 가해지는 혐오와 폭력의 문제를 절묘하게 녹여내며 다른 누구도 아닌 강화길만이 쓸 수 있는 작품을 선보여왔다.

 

이제 강화길은 여성의 신체에 가해지는 위협뿐만 아니라 소문과 험담, 부당한 인식과 관습처럼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여성을 교묘하게 억압하는 거대한 구조를 파헤친다.

 

마치 유령처럼 설핏 드러났다가 모습을 감추는 이러한 구조를 강화길의 인물들이 감지하는 순간, 지금까지와는 다른 질감의 서스펜스가 펼쳐지기 시작한다.

이 소설집의 표제작 「화이트 호스White Horse」에서 강화길은 여성을 구속하는 말들을 자신만의 의미로 다시 쓰겠다는 작가로서의 다짐을 드러낸다.

 

‘백마 탄 왕자’를 연상시키는 이 단편의 제목은 G. K. 체스터턴의 시집에 등장하는 시어이자, 밥 딜런과 테일러 스위프트가 자신의 음악에 활용한 상징이기도 하다.

 

이 단어가 강화길 소설에 이르러서는 어떤 의미로 변모할까. 자신만이 쓸 수 있는 소설을 완성하기 위해 부단히 자기 갱신한 끝에 한국 여성 스릴러를 대표하는 작가가 된 강화길의 다음 소설을 기대하게 만드는 단편이다.

 

소장정보 : 인문과학정보실 811.36 강95화

 

 

7. 한 사람을 위한 마음 : 이주란 지음

 

사람과 사람, 말과 말 사이의 여백을 세심히 들여다볼 줄 아는 이주란의 두 번째 소설집 『한 사람을 위한 마음』.

 

2019년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넌 쉽게 말했지만》, 문학과지성사의 ‘이 계절의 소설’에 선정된 《멀리 떨어진 곳의 이야기》, 현대문학상과 김유정문학상의 후보에 오른 표제작 《한 사람을 위한 마음》 등 담담한 듯하지만 위트가 반짝이고, 무심한 듯하면서도 온기가 느껴지는 9편의 단편이 담겨있다.

우울한 상황에서도 자조적인 유머를 놓지 않고 비애로 가득한 순간에도 스스로의 감정에 매몰되지 않은 채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담담한 어조, 주의를 두지 않으면 좀처럼 의식할 수 없지만 우리를 이루고 있는 삶의 소소한 순간들과 마음들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섬세함, 가까운 친구에게 내밀한 마음을 털어놓을 때처럼 조곤조곤 이야기를 들려주는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진실함까지 특별한 사건 없이도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전해주는 이야기들을 만나볼 수 있다.

 

소장정보 : 인문과학정보실 811.36 이76하

 

 

도서 정보 및 이미지 출처 : 교보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