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한번쯤 피하고 싶은 순간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리고, 기억에서 잊고 싶은 순간을 맞닥뜨려야 할 때도 있지요.

 

우리는 이러한 기억들을 무의식적으로 잊어버리기도 하고, 때로는 이처럼 좋지 않은 기억들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삶의 방향을 바꾸기도 합니다.

 

이를 '트라우마' 라고도 하는데, 아마도 모두가 크고 작은 트라우마를 한 번씩은 경험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어느 순간 미래에 대해 막막함을 느끼기도 하였을 것입니다.

 

오늘 소개할 책은 이러한 '트라우마', 와 '삶의 한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세계 문학상 수상작이기도 한 '내 심장을 쏴라' 는 주인공 수명이 정신병원에 갇히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를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주인공 '수명' 은 정신병원을 전전하다가 아버지에 의해 강제적으로 '수리 희망병원' 에 입원하게 됩니다.  그곳은 병원이라기 보다는 수용소에 가까운 곳이었지요.

 

그리고 그곳에서 수명은 입원날 부터 심상치 않았던 승민이라는 환자에게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처음 병원에 오던 날 마주친 승민의 눈빛은 정신병원을 드나드는 환자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눈빛이 아닌 '살아있는 눈빛' 이었기 때문이지요. 더불어 승민은 다른 환자들과 다르게 병원의 부조리한 체제와 압박에 저항하고, 이 곳을 빠져나가 자유로운 인생을 살고자 합니다.

 

사력을 다 해 이곳에서 벗어나려는 승민의 모습을 보며 수명 또한 세상을 향해 나아갈 희망을 가져보기도 하지요.

 

그러나 카메라로 둘러싸이고, 철저하게 폐쇄된 정신병원 안에서 '탈출'을 도모하기는 진심으로 불가능한 일일 뿐 아니라, 그의 내면에는 '어쨌든 안전과 숙식이 보장된 병원에서 지내는게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자리잡고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정신병원을 나간다 한들 이렇다할 살 방도가 있는 것도 아니요, 이미 정신병원을 여섯군데나 전전한 그에게 남아있는 삶의 희망은 없었기 때문이지요.

 

수명의 이러한 모습에서 현실에 안주하고, 때로 미래에 대해 지레 비관하는 스스로의 모습 또한 돌아보게 되지요.

 

이러한 나날들 속에서 수명은 승민이 복잡한 유산 문제에 시달리다가 정신병원에 갇히게 되었으며, 그에게는 선천적으로 심각한 시력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됩니다. 언제나 모든 물건을 휘젓고다니며, 이 곳 저 곳 부딪히는 그의 모습이 사실은 시력 문제였던 것이지요.

 

시간이 흐르면서 까칠하지만 삶에 대해 진심 어린 열정을 가지고 있는 승민의 모습을 보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에게 마음을 열고, 자유로운 삶을 향해 용기를 내게 되지요. 그리고 몇 번의 크고 작은 탈출 시도는 모두 수포로 돌아가게 됩니다. 그들에게 돌아온 것은 '격리'와 '전기치료' 법이었지요.

 

그런데 전기 치료를 받으면서 수명은 한 가지 끔찍한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정신분열증을 앓던 자신의 어머니가 자살한 것이 자신의 탓이었다는 것이지요.

극도의 우울증과 정신분열증을 앓던 어머니를 위해 아버지는 어머니가 병원에서 퇴원하는 날이면 수명에게 어머니의 식사와 잠자리를 부탁하곤 하였습니다. 자살을 할 수 있을 만한 물건을 치우는 것은 물론이었지요.

 

그러던 중, 수명은 운영하던 책방에 들어온 서적을 가위로 자르고는 그 가위를 어머니 옆에 두고 책에 빠져들게 됩니다. 책에 빠져들어 어머니의 식사 시간도, 잠자리도 까맣게 잊게 되지요.

한참이 지나서야 수명이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에 어머니는 이미 가위를 목에 꽂고 삶을 마친 후였습니다.

 

그 후 수명의 꿈에는 가위를 꽂고 피를 흘리는 여자가 나타나고, 가위나 면도날 같은 물체에 대해 극심한 공포를 가지게 되지요.

 

그러나, 그의 기억 속에서 어머니를 죽인 사람은 그 자신이 아닌 아버지로 변하게 됩니다.

 

끔찍한 기억에서 도망치고자 수명은 기억을 왜곡하고, 세상과 단절한 삶을 살아왔던 것입니다.

 

길고 긴 고통과 절망 속에서 그는 마침내 있는 그대로의 자신과 현실을 받아들이게 된 것이지요.

 

한편, 전기 요법과 격리실이라는 가혹한 현실 속에서도 탈출을 꿈꾸게 한 승민의 소망은 다름 아닌 '패러글라이딩'을 다시 한 번 해 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그는 이 병원을 꼭 나가야만 합니다. 그러나 다분히 의도적으로 그를 입원시킨 보호자가 그의 퇴원을 바랄 리 없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승민은 그를 괴롭히던 시력 문제가 불거져 수술을 받게 되고, 급기야 두 눈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수명은 그런 그의 옆에 붙어다니며 두 눈이 되어주지요.

 

그리고 얼마 후 수명은 승민이 시력을 회복하였음에도 여전히 보이지 않는 것 처럼 행동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는 마지막 기회를 향해 숨을 죽이고 있었던 것이지요.

 

마침내 그들은 또 한 번의 탈출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탈출은 그들을 두렵지만 끝 없는 자유 속으로 데려다 줍니다.

 

'정신병원' 이라는 독특한 공간적 배경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통해 보다 흥미롭게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이 주는 메시지 또한 가볍지 않지요.

 

삶을 살다 보면 어떤 순간 우리는 모든 것을 잊고, 부인하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더 이상 앞을 향해 나아갈 용기나 의욕을 상실하기도 합니다.

 

이 책은 그러한 순간, 현실을 외면하지 말고 오히려 당당히 마주 서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그 마주섬의 용기 속에 해답과 진정한 자유가 있을 것이라고 말하지요.

 

치열한 삶 속에서 지치고, 힘이 들 때 위로받을 수 있는 이야기가 필요하다면 '내 심장을 쏴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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